서울 강남구 논현동, 논현역 인근에는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온 중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취영루입니다.
화려하고 세련된 신상 중식당들이 계속 생겨나는 와중에도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곳으로, 생활의달인에도 소개된 중식당입니다.
특히 수제 물만두가 워낙 유명해서 개인적으로도 물만두 하면 자연스럽게 취영루가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인데요.
이날은 오랜만에 제대로 중식요리를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유린기, 난자완스, 청경채삼겹살, 해파리냉채, 물만두, 삼선볶음밥과 계란국까지 이것저것 주문했습니다.
연태고량주와 소맥도 곁들이면서 오랜만에 친구들과 중식 한 상을 제대로 즐겨봤습니다.
논현동 취영루, 유린기부터 시작

가장 먼저 먹어본 메뉴는 유린기입니다.
양상추 위에 바삭하게 튀겨낸 닭고기를 올리고 양파와 대파, 고추 등을 잘게 다져 올린 뒤 새콤달콤하면서 짭조름한 소스를 자작하게 끼얹어 내어주는 전형적인 유린기 스타일입니다.
소스를 머금었는데도 튀김옷이 완전히 눅눅해지지 않고 어느 정도 바삭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입 먹어보면 바삭하고 고소한 닭고기 뒤로 새콤달콤한 소스가 따라오고, 마지막에는 고추의 알싸한 향이 은근하게 올라옵니다.

기름진 튀김의 느끼함을 소스와 채소가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꽤 매력적입니다.
특히 양파와 대파를 닭고기와 함께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산뜻한 풍미가 더해져서 소맥 안주로 상당히 잘 어울리는 유린기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중식요리, 난자완스

개인적으로 중국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가 난자완스입니다.
다진 고기를 동그랗고 도톰하게 빚어 튀겨낸 뒤 걸쭉한 소스와 함께 볶아내는 요리인데, 진한 육향과 감칠맛이 어우러지는 묵직한 중식요리입니다.
겉은 살짝 바삭하게 씹히면서 속은 다진 고기의 촉촉함과 부드러운 육즙이 살아 있습니다.
유린기가 바삭하고 새콤한 방향이라면 난자완스는 조금 더 묵직하고 진한 풍미가 중심입니다.
술 한잔 곁들이면서 먹기에는 역시 이런 진한 맛의 중식요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청경채삼겹살은 동파육과는 또 다른 매력

이름부터 조금 재미있었던 청경채삼겹살도 주문해봤습니다.
비주얼만 보면 동파육을 떠올리기 쉬운데, 실제 식감은 상당히 다릅니다.
흔히 생각하는 동파육처럼 장시간 푹 삶아 젓가락만 대도 녹아내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적당히 두툼한 삼겹살의 살코기와 지방이 쫄깃한 저작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씹을수록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풍미가 더욱 진하게 올라옵니다.
동파육과 비슷한 인상을 주면서도 식감의 방향은 확실히 달라서, 오히려 청경채삼겹살이라는 별도의 메뉴명으로 구분한 이유가 이해되는 맛이었습니다.

기름진 중식요리 사이에서 빛나는 해파리냉채

여러 가지 중식요리를 계속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입안을 환기해줄 메뉴가 필요해집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준 메뉴가 해파리냉채였습니다.
꼬들꼬들한 해파리 특유의 식감에 오이와 여러 채소의 아삭함이 더해지고, 새콤하면서 알싸한 겨자소스가 코끝을 톡 치고 지나갑니다.
기름진 중식요리 사이사이에 한 점씩 먹어주면 입안이 다시 깔끔해지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중식요리와 함께 먹는 김치 같은 역할의 메뉴라고 느껴졌습니다.
소주 안주로도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취영루에 왔다면 물만두는 필수

그리고 취영루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바로 물만두입니다.
얇고 매끈한 만두피 안에 돼지고기와 부추를 중심으로 담백하게 빚은 만두소가 꽉 차 있습니다.
앞에서 유린기와 난자완스, 청경채삼겹살처럼 진하고 기름진 요리를 먹다가 뜨거운 물만두 하나를 초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확실히 다른 결의 담백함이 느껴집니다.
부드럽게 씹히는 만두피와 촉촉한 만두소의 조합도 좋습니다.
워낙 취영루의 대표 메뉴로 알려진 이유가 있는 맛입니다.
취영루를 처음 방문한다면 다른 요리는 몰라도 물만두만큼은 한 번쯤 주문해볼 만한 메뉴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는 고슬고슬한 삼선볶음밥

여러 요리에 술까지 신나게 곁들이다 보니 어느 순간 탄수화물이 당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삼선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고슬고슬하게 볶아낸 밥알에 은은한 불향과 고소한 기름향이 배어 있어 그냥 먹어도 좋고, 앞서 먹고 남은 유린기나 난자완스의 소스를 살짝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립니다.
중식 술자리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꽤 좋은 메뉴입니다.

함께 나온 계란국까지 곁들이니 진한 중식요리를 계속 먹었던 입안을 부드럽게 정리하면서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살아남은 중식당의 내공
간만에 친구들과 프라이빗한 룸에서 원형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여러 가지 중식요리를 펼쳐놓으니, 이것만으로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중식당에서 술 한잔하는 기분이 납니다.
취영루는 최신식 중식당처럼 화려한 콘셉트를 앞세우기보다는 오랜 시간 쌓아온 음식의 내공과 익숙한 중식당의 분위기가 매력적인 곳입니다.
특히 유린기와 난자완스처럼 술과 잘 어울리는 요리부터 취영루의 대표 메뉴인 물만두, 마지막 볶음밥까지 메뉴의 결이 다양해서 여러 명이 방문해 이것저것 나눠 먹기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수많은 중식당이 생기고 사라지는 동안 논현동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 자체가 이곳의 내공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더운 여름 막바지, 시원하고 쾌적한 룸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중식요리에 술 한잔까지 제대로 즐겼던 밤이었습니다.
한줄평을 남긴다면 이 말입니다.
내공과 클라스가 느껴지는 중화요리의 정석.
평점 ★★★
취영루에서 먹어본 메뉴
- 유린기
- 난자완스
- 청경채삼겹살
- 해파리냉채
- 물만두
- 삼선볶음밥
- 계란국
논현역, 영동시장 인근에서 중국집 맛집을 찾거나 프라이빗한 장소에서 술 한 잔 편하게 하실 때 찾기 좋은 곳인 듯합니다.
※ 본 글은 내돈내산으로 직접 방문해 먹어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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